낙엽이 떨어지는 10월 부천에서 30대 직장여성의 상담전화가걸려왔다. 자기는 잘나가는 모기업에서 10년째 성실히 근무를 해 오고 있는데, 어릴때부터 공부를 잘해 업무는 자신이 있으나, 프로젝트 발표와 같이 남 앞에서 나서야 할때는 긴장이 되어 온 몸에 식은 땀이 나고, 현기증까지 생겨서 정신과까지 찾았다는 것이다.


 정신과에서는 신경안정제를 받아서 복용하자 잠시 안정이 되었으나,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주말 오후로 예약을 잡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상담실 문을 들어서는 그녀를 보고 난 대번에 매우 성실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20여분을 이런저런 인사겸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대공포증이 중학교 시절 괴팍한 담임을 만나면서 생긴 것 같다고 하여, 바로 퇴행치료에 들어갔다.


 트랜스 상태에 들어간 그녀는 중학교 시절 교실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국어 시간에 조별로 발표를 하고 있었는데, 평소부터 짖궂은 담임이 발표태도를 비꼬는 듯한 말과 반 친구들이 웃고있는 장면을 떠올리며 얼굴에 홍조를 띠고 다소 흥분된 어투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멘트를 넣었다. 그러자 그녀는 서서히 얼굴에 안정을 찾는 듯이 보였다. 그 장면 외에도 몇가지 그 선생님들과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에서 앙금을 녹이도록 유도하였고, 그녀의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30여분간의 상담후 그녀는 마음이 매우 가벼워 진걸 느꼈고, 가슴 한 켠에 불안하고 두려운 에너지가 빠져 나간것 같다고 기뻐했다. 그후 그녀는 예전보다 훨씬 자신있게 발표를 하고, 회사생활에도 더욱 만족한다고 한다.